노루페인트부터 뱅앤올룹슨까지,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매년 4월 중순경 밀라노에서 일주일 동안 열리는 디자인 전시 행사를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같은 대형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가구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가 함께 열리는데 디자인계에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즌으로 손꼽힌다.
디자인뿐 아니라 아트와 패션, 전자 통신, 자동차, 푸드 등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관련 회사들이 각자 크리에이티비티를 내세우며 전시와 설치를 앞다투어 선보이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올해에도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기발하고,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전시들이 이어졌다. 그중 밀라노 시내에서 열린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 중 가장 돋보인 전시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노루페인트부터 뱅앤올룹슨까지,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넨도가 그린 하얀 바람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전시는 매해 최고 인기를 누린다. 넨도를 이끄는 오키 사토는 올해 바람을 디자인했다. ‘Breeze of Light’라는 이름의 전시는 에어컨 회사 다이킨과 함께 펼친 전시인데, 평소에 우리가 잘 의식하지 않는 공기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이를 위해 편광필름으로 무려 1만 7천여 개에 이르는 꽃을 만들었고, 전체를 모두 하얀 공간 안에 심어 놓았다. 꽃에 총 115개의 스폿 조명을 비추어 나타나는 그림자를 활용했다고. 천장에 설치된 스폿 조명은 모터로 45도씩 회전하는데 이 조명이 필름을 투과하면 그림자가 어두웠다 밝아지면서 마치 바람이 꽃밭을 통과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연출한 것. 아름답고 몽환적인 이 전시는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관람객들의 긴 전시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에르메스 메종의 시적인 전시
에르메스 메종의 홈 컬렉션 전시 또한 매년 아름다운 전시 풍경으로 화제를 모은다. 올해는 석회암과 화강암으로 낮은 벽을 세우고 미로를 만들었다. 날것의 재료(Raw Material)’라는 전시 주제에 맞춰 관람객들에게 거칠고 자연스러운 돌 안에서 전시되어 있는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 제품을 살펴보면서 디자인에 있어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고찰하고 인식하게 유도했다.
특히 에르메스의 상징과도 같은 말 그림을 새겨 넣은 캐시미어와 실크 혼합 플레이드는 마치 한편의 그림 작품 같은 느낌을 주었다.
루이비통이 만드는 가구
루이비통은 2012년 처음으로 정교하고도 독창적인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매해 밀라노에서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장인의 수공예를 접목한 가구 전시를 펼친다. 올해 가장 돋보인 가구는 캄파냐 형제가 디자인한 라운지체어 벌보 (Bulbo)였다. 누에고치 혹은 열대 식물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강렬한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블루 색상의 루이비통 소가죽으로 단단히 묶어 만든 지지대가 돋보이는 아틀리에 오이의 서펜타인 테이블도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석양이 깔린 베네치아 석호의 잔물결을 연상케하는 스크린,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물푸레 나무와 가죽 덮개가 조화를 이룬 다이아몬드 소파, 베네치아 전통 등불에서 영감을 얻은 베네치아 램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지는 TV
화려한 색상이나 연출이 아닌 여백과 비움으로 더욱 돋보인 전시도 있었다. 덴마크의 음향 가전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전시가 그것. 뱅앤올룹슨은 마치 나비의 날개가 펼쳐지는 듯한 새로운 TV 시스템 ‘Beovision Harmony’를 발표했다. TV 스크린을 안쪽에 숨겨놓아 언뜻 가구처럼 보이는 이 TV는 전원을 키면 앞에 배치된 패널이 부드럽게 열리며 스크린이 솟아오른다. 극도의 심플하고도 정제된 디자인에 맞춰 층고가 높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최첨단 기술과 미니멀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물결과 달의 풍경
밀라노 중앙역 옆 오래 방치되어 있던 거대한 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 ‘벤추라 센트랄레Ventura Centrale’도 연일 수많은 관람객의 입장 대기줄이 이어진 인기 전시였다. 마치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전시였는데 우리나라의 페인트 회사인 노루페인트의 전시가 큰 화제를 모았다. ‘자연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조류(Tide)’를 주제로 바다에서 시작해 달과 지구, 결국 자연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미래의 색은 무엇인지를 고찰해 보는 전시였다.
100개의 이클립스 스툴을 담아낸 전체 공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저 멀리 커다란 달이 뜨고, 그 아래에는 월식을 일으키는 조류Tides를 표현한 물 웅덩이가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다. 분홍과 보라, 노란빛과 주황빛 등 파스텔 톤으로 변하는 조명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이광호 작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간 전체 연출을 맡았으며 덴마크의 디자이너 듀오 왕 & 쇠더 스트룀 Wang & Söderström과 협업해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이 전시는 네덜란드 유명 건축잡지 프레임(FRAME)의 올해 ‘밀라노 TOP10 전시’ 및 이태리 유명 인테리어 잡지 디까사(DCASA)의 ‘놓쳐서는 안 될 전시 15’에도 선정이 됐다.
'DESIGN & DESIG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공족 탈출! 집을 홈카페로 만드는 선반 best4 (0) | 2019.10.16 |
---|---|
상하이 빈티지 아파트 인테리어 (0) | 2019.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