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빈티지 아파트 인테리어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는 20세기 초반에 정착한 유럽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상하이 속 작은 유럽으로 불린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알렉스 첸(Alex Qian)은 이곳의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해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몄다.
아르데코(Art Deco)는 1920~1930년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 장식 스타일로 고전적인 직선미와 기하학적 무늬 그리고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에서 볼 수 있던 데코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상하이 빈티지 아파트 인테리어
고전적인 직선미, 동심원과 지그재그 등 기하학 패턴 같은 아르데코 스타일 요소가 빛을 발하는 알렉스 첸의 거실.
중국 속 작은 유럽, 헝샨루
상하이의 오늘을 대표하는 풍경이라면 역시 스카이라인을 화려하게 수놓는 와이탄 강변의 고층 빌딩이 떠오른다. 하지만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신기한 도시이기도 하다. 19세기 개항 후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 유럽 열강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중 헝산루衡山路는 당시 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 중 하나인 프랑스 조계지로 유명하다. 이 동네는 운치 있는 가로수와 20세기 모더니즘 빌딩에서 유럽 장식 소품을 판매하는 숍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많아 상하이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빈티지 감성을 살린 나만의 아지트
다이닝 룸 벽 중앙에 건 커다란 몬드리안 액자는 특유의 직선미와 컬러감으로 중심을 잡아준다.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블랙 컬러는 원목 마루, 다이닝 테이블 & 체어와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알렉스 첸은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상하이런上海人으로 이 도시의 이국적인 빌딩들이 클러스터를 이루는 풍경을 사랑한다.
그는 프랑스 조계지인 쉬후이구Xuhui District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에 세 가구(家口)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 공간을 찾아낸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프랑스 조계지에 상업공간과 주거 공간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탓에 요즘엔 아파트를 개조하고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일이 매우 드물고 귀한 케이스로 꼽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집은 저명한 중국 인테리어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예전 프랑스 지배 시절 지은 집들은 매우 강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요. 천장은 3m에 달하고 철제 창문이 달려 있죠.
이 공간을 보자마자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며야 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세 가구로 나눠진 이곳을 합쳐 침실 3개, 거실 1개로 구성된 저만의 아파트로 꾸밀 생각에 가슴이 마구 뛰더군요.”
아르데코 벽지가 생산한 또다른 공간
장식을 목적으로 두꺼운 벽면을 파서 움푹하게 만든 니치niche. 책과 장식 소품을 놓아 거실의 포인트 공간으로 활용했다.
간결하고도 깔끔한 침실. 침대 머리맡에는 헤드 대신 아르데코 스타일의 벽지를 배치했다.
거실의 체스터 필드 소파가 묵직한 존재를 내뿜는 가운데, 벽에 적용된 로마 스타일의 노란 기둥 장식이 눈에 띈다.
이 기둥 장식은 아르데코풍 벽지와 함께 어우러져 언뜻 보면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착시 효과를 준다.
동일 선상의 장식이 거실 벽난로와 메인 베드 룸의 문에도 적용되었다.
대조적이며 기본적인 형태가 반복되고 동심원과 지그재그 등 기하학 패턴이 특징인 아르데코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벨벳 소파와 장식용 그림, 벽난로의 선, 그리고 기둥 등에 밝은 노란색을 배치해 컬러 포인트로 활용했다.
크기가 다소 작은 침실과 드레스 룸은 화려한 패턴의 벽지를 적용해 공간이 넒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냈다.
등받이를 둥글게 디자인한 커브드 소파는 직선으로 이뤄진 공간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도심 속 자연과 교감하는 발코니
거실에서 발코니를 바라본 풍경. 세 가구를 합쳐 만든 너른 발코니는 알렉스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테라스 문은 옛 낡은 철제 창문의 멋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단에 선을 추가해 구조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 동네 여타 오래된 집과는 다른 미관을 보여주는 이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구를 합쳐 만든 발코니다.
오래된 유리문을 지나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데, 알렉스는 이 발코니를 가장 아낀다고 고백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내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틉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일정을 체크하거나 발코니 햇빛 속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죠.
때론 새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런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선사해주는 집이라서 매우 소중합니다.”
대도시 싱글 남자의 홈 스타일
대도시에 거주하는 싱글 남자. 21세기의 남자들은 패션뿐 아니라 홈 인테리어와 스타일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알렉스의 집을 통해 그러한 면모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규모가 그리 크기 않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데, 그는 거실에 장식 요소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자신의 사적인 공간인 침실은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특히 드레스 룸은 장을 짜서 넣기보다는 오픈된 스탠드 옷걸이를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욕실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하부에는 대리석을 배치해 더욱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프라이빗한 공간에 패턴과 프린트가 강렬한 벽지로 포인트를 준 후, 기능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알렉스의 지혜로운 선택이 돋보인다.
드레스 룸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반복된 그림으로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해주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화려한 벽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벽 상부에는 방수 벽지를 배치하고 하부에는 대리석을 배치해 더욱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아파트는 상하이라는 대도시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낸 소우주이다. 시간이 날 때면 프랑스 조계지의 빈티지 가구 숍에 들르거나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선다는 그의 내면세계와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우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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